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어부가 물가에 가야 고기를 낚듯이 실험을 하는 사람은 실험실에서 살아야 결과를
얻는다는 교수님 말씀처럼 (물론 교수님이 어부 어쩌고라고는 안했음 ;; )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사실 작년에는 실험실에 홀로 남겨지는게 좀 두려웠었다.
맨날 포닥인 Jian 박사님 뒤만 쫄쫄 따라다녔지 혼자서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뭔가 나한테 맡겨지는게 있으면 걱정이 앞서곤 했었다.
그래도 지난 1년간 이래저래 배운게 조금은 생겼는지, 이제는 실험실에 밤 늦게 혼자
있어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물론 아직 갈길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지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reasonable한 데이터를 얻었다. 논문에 쓸만한 새로운 건
아니지만 이미 알려진 것이라도 내가 만든 샘플에서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사진은 저온 실험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있는
Dilution fridge다. 맨 아래에 편평한 곳에
샘플을 싣고 dewar 라고 불리는 큰 통안에 넣으면 이런 모습이 된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 선들을 다 연결하고 나면 (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장비로는 최저 15mK 까지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이 fridge
전용 펌프를 하나 고장내는 바람에 (-_-) 지금 쓰는 펌프로는 저 온도까지 못 내려감 -.-
아무튼 이 fridge를 이용해 온도를 낮추고 나면 다른 각종 electronics를 이용해서 샘플의
성질을 측정하게 되는데 이게 우리 랩에서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징그럽고 복잡하게만 보였던 장비들도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세월이 흘러
졸업할 때쯤 되면 꽤 익숙해져서 정도 들고 그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재밌는
physics를 보고 싶다.
어제는 실험실에서 삽질을 하고 있는데 친구인 사로시한테 전화가 와서 금욜인데
놀자고 하더라. 늘 그렇듯 나, 마난, 사로시, 네이트, 스캇 이렇게 사로시네 모여서 놀았음.
맨 앞에 후덕한 친구가 고체 이론 전공하는
사로시 알리. 인도 뭄바이 (봄베이) 출신이고
똑똑하고 재밌는 친구. 그 뒤로 빨간 옷 입고 어디서 난지 모를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랩 메이트
마난 메타. 개그 센스가 철철 넘치는 재밌는 친구.
그 옆에 노트북 보고 있는 친구는 하이에너지 실험하는 미국인 친구
네이트 오델. 나보다
세 살 많은데 영어로 얘기를 나눠서 그런지 몰라도 형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듬 ;;
다른 미국인 친구이자 랩 메이트
스캇은 그 새 어디 갔나보다.
보면 알겠지만 그냥 개그맨임 ㅋㅋㅋ
어쨌든 요즘은 매일 진화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때로는 밀려들어 오는
새로운 지식들과 환경들에 때아닌 성장통을 겪기도 하지만 이게 다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즐길만해지는 것 같다.
요즘 근황 끝.